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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생각난 것들

"Data-Driven-Decision" vs "Decision-Drives-Data"

by 일말고프로젝트 2021. 2. 4.

칼럼이나 뉴스에 기업의 높으신 분들께서 데이터 기반의 의사결정, Data-Driven-Decision이라고들 외치시는 걸 꽤나 많이 봐왔다. 내가 1년 반 새 너무 쩌들어 버린건지 이제는 그런 기사를 보기만 해도 쓴웃음이 난다. 씁쓸하지만 어쩌면 짚고 넘어가야 할 이야기를 좀 써봐야 겠다.

 

위 사진 속 기업은 본문과 아무 상관이 없음

 

원하는 걸 말해봐!

 

우선, 내 경험은 raw 데이터 자체의 한계와 다소 낮은 수준의 분석을 가정하고 있으니 감안해주길 바란다.

유통 데이터와 고객 데이터를 결합해 다양한 데이터 인사이트를 뽑아내는 업무를 약 1년 6개월 동안 진행했다. 크고 작게 다양한 산업/제조사/브랜드를 다루었는데 보통 진행한 업무 현실은 다음과 같다.

 

한 고객사가

 

"우리 회사 PB상품 관련해서 발표좀 해줘요"

 

등의 아주 목적성이 명확한 미션을 던져준다. 그럼 팀내에선 발빠르게 데이터를 말아 올리며 분석 준비를 함과 동시에 어떤 배경이 있는지 아주 열심히 조사를 시작한다. 그러다 결국 그 고객사 회장님이 어느 인터뷰에서 PB 상품이 싸다고 경쟁력이 있는 시대가 지났다며 고품질, 고부가가치 PB 시대를 열겠다는 포부를 밝힌 것을 알게 된다. 

 

그럼 이제 결론 장표는 얼추 나왔다. 데이터는 그 결론에 맞게 마사지를 받고 한 지점을 향해 달려가는 지표로 둔갑한다. 그렇게 내용 장표가 채워지고, 인사이트 또한 같은 결론을 가르키는 것들만 추려 군데군데 박아둔다. 얼추 PT가 완성되면 화룡점정으로 마지막장에 회장님의 인터뷰를 데이터스럽게 번역해 제언으로 박아두면 끝!

 

진짜 아무말대잔치...

 

물론 과장이 있지만, 가지만 쳐내면 거의 이와 비슷한 현실이다.

 

과연, 혁신을 위한 데이터 인사이트는 있을까?

정말 데이터 분석을 통해 혁신의 초석을 가져올 수 있을까?

데이터 분석으로 놀랄 만할 결과를 만들 수 있을까?

 

이런 현실에 더욱 우울함을 더하게 해주는건 말도 안되는 소설을 쓰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떄다. 아니 도대체 안암 사는 36세 남성이 지난 달보다 이번 달에 막걸리를 3번 더 산 이유를 마트 결제 데이터만 보고 어떻게 알아낼 수 있냔 말이다. 기대한 사람도 바보고 해주겠다는 사람도 바보 아닐까? 물론 이렇게 단순하고 무식하게 물어보진 않지만 데이터를 쪼개고 쪼개다 보면 그 끝엔 저 질문과 같은 근본적인 회의가 기다리고 있다. 

 

이런 회의론적인 데이터 인사이트 현실에서 서두에 말했다시피 두 가지 결핍을 해결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데이터 결합과 고급 분석 기술

 

두 가지 꼭지를 잡고 계속 공부하고 있고, 그 과정도 다음 기회에 써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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