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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생각난 것들/어쩌다 데이터

어쩌다 데이터3 : 데이터 분석가 주니어의 현실

by 일말고프로젝트 2021. 3. 12.

 

"어떤 데이터 분석가가 되고 싶은가?"

 

굉장히 취준생스러운 질문이지만 실무를 시작한지 얼마 안된 주니어에게도 굉장히 유효한 질문이다. 데이터 분석가가 되기 위한 로드맵과 배울 수 있는 루트는 하루가 다르게 많아지고 있기 때문에 실력을 향상 시키는건 개인의 성실함, 능력에 맡겨둘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떤 분석가로 성장하고 싶은지는 개인이 집중해서 생각해봐야 한다. 조금은 막연한 문제처럼 느껴지지만 정리해둘 필요가 있어 정리해본다. 메xx 전직 처럼 어떤 특성의 분석가로 바뀌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초보자로 200찍는 일은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어떤 데이터 분석가가 되고 싶은지에 대한 대답은 꽤나 명쾌하다.

 


분석을 실행에 옮겨 문제를 해결하는 분석가

 

 

명쾌한 답과는 다르게 현재 실무에서 겪는 어려운 점들을 짚어보자.

 

1. 어려운 점들 

1) 분석으로 끝나는 분석

분석가가 데이터를 하나씩 뜯어보며 분석을 하는건 당연하다. 문제는 실험, action, 실행, 행동이다.

2년에 걸쳐 분석을 해보며 개인적으로 꽤나 쌓여있는 갈증은 분석한 결과를 적용해 볼 기회다. 상품에 대한 고객 반응을 잘 분석했는지, 잠재고객을 잘 예측해 타겟을 추렸는지, 새로 제안한 알고리즘이 잘 작동 했는지 실제로 적용 해보고 싶다. 물론 현재 업무상 분석 결과를 해석하고 인사이트를 담아 제안하는 일이 주된 업무이기 때문에 Action까지 이어지긴 쉽지 않지만, 현업, 필드, 도메인 지식이 녹아있는 분석을 하기 위해선 직접 경험해보는 것이 가장 중요해 보인다.

 

 

하용호님의 "데이터는 차트가 아니라 돈이 되어야 한다."

 

ACTION이 없는 분석은 설득의 힘이 현저히 떨어진다. 가설이 가설에만 그치게 되고, 또 여러 위험요소들, 걱정, 투자 리스크 등에 맥없이 무너지기 일쑤였다. 특히나 반응률, 매출, 전환률 등의 투자 대비 수익처럼 가시적인 수치로 평가받아야 할 부분에서는 이제껏 하던 것을 넘어서야 하는 미션까지 걸려있다면 더욱더 어려워진다. 사실 이 부분에서는 회사 시스템의 부재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 부분은 추후에 다시 생각해볼 예정이다.

 

2) 그건 저희도 다 아는건데

 

가끔 분석 결과를 현업 분들에게 가져가면 많이 듣던 말이 있다.(사실 귀에 닳도록 들었다)

 

 


"저희가 몰라서 안하는게 아니에요."

"아.. 그거 알죠.."

"그게 적용하기가 어려워요.."

 

 

현업의 엄청난 디펜스, "아, 그거 저희도 다 알죠."

의뢰한 분석 결과가 본인들이 알고 있는 사실, 인사이트, 시장 상황일 뿐임에 이런걸 왜 굳이 분석까지 해야하는지 의문을 표함과 동시에 데이터 분석이 '역시' 별 거 아니라는 은근한 무시도 표할 때가 많았다. 설사 뻔한 결과라고 해도 이제껏 감에 의존하던 부분을 정량화한 것으로도 의미있고, 또 이후의 나아갈 분석방향의 초석이 될 수 있는 결과일텐데 무시받기 일쑤였다. 경험적으로 알고 있던 것을 정량화하면 귀중한 자산이 되고 분석의 초석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간과하는 경우가 너무 많았다.

 

이런 상황은 아이러니하게도 데이터 분석을 처음 진행해보는 팀 혹은 클라이언트와 일할 때 많이 발생했다. 비오는 날 막걸리가 많이 팔린다는 걸 분명히 경험적으로 알고 있겠지만 어느 지역 어느 점포에서 몇 퍼센트나 더 많이 팔리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을까? 경험적으로만 알고 있다면 어느 점포에다 얼마나 발주량을 늘려야 하는지 매년 감에 의존해서 결정할 수 있을까? 

 

3) 숫자를 읊어 주는 분석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숫자만 읊어 주는 분석가가 생각보다 많고, 또 생각보다 그렇게 되기가 쉽다. 숫자가 모든걸 설명해줄 거라 믿고, 모든 것을 분석 결과에 맞추어 해석하는 분들을 꽤나 봤다. 이런 분들의 특징은 소설을 꽤나 잘 쓴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보면, 결제 데이터를 분석해보니 전국 A마트의 B 막걸리 판매량이 지난달보다 거의 1.5배 올랐다. 여러 분석을 해보니 작년 동기보다도 올랐고, 광고를 한 것도 아니고, 프로모션을 진행한 것도 아니고, 계절성과도 무관하고, 경쟁사도 잠잠했다. 왜 올랐는지 분석하기 위해 어떤 연령대의 고객들이 어느 시점부터 침투율이 높아져 구매력이 상승했다는 가설을 세워 고객 분석, 장바구니 분석, Gain&Loss 등 다양한 분석을 진행하며 잠재고객군, 타겟까지 설정했다. 관련해서 보고서를 만들고, 해당 아이템의 효과와 차후 타겟팅 계획까지 그럴듯하게 써서 보고서를 작성했다. 그러던 중 주류 MD를 만나 우연히 하는 말

 

"아 이번 달 비가 엄청 오지 않았어요?"

 

생각보다 비일비재한 일이다. 아주 상식적이지만 분석만 하다 보면 의외로 이런 일반적인 필드의 상식을 놓친 채 숫자에 매몰되어 분석하는 경우가 꽤나 많았다. 분석가에게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한 이유는 결과를 전달할 때에 중요하기도 하지만, 분석 하면서도 현업과 실무진들과의 소통을 위해서이기도 하다.

 

4) 기대감

어이없지만, 꽤나 크리티컬한 좌절 포인트 중 하나다(다니고 있는 회사의 특성일 수도 있다). 놀랍게도 같이 일하는 분들, 선배 분석가 분들, 선임 매니저 모두를 포함해 분석을 진행하면서 아무도 대단한 결과를 낼 수 있을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유는 다양하지만 정말 아무도 기대하지 않고, 오히려 뻔한 결과가 나올 것을 예상하고, 짜 맞춰야할 해석을 걱정하거나 부족한 데이터 인프라를 탓하거나, 보고를 위한 포인트를 찾는데 혈안이 되어 있다.

 

이런 상황은 배우고 있는 입장에서 꽤나 무기력해진다. 새로운 방법론, 새로운 분석 기법 등 새로운 시도를 하려고 할 때마다 무슨 의미가 있을까..하는 무용론(?) 같은 의식이 팽배하다. 어차피 그냥 그런 결과가 나올것 이기 때문에 스토리라인이나 그럴싸하게 잘 만드는게 낫다는 마인드다. 약간은 조직의 목표나 문화와도 관련있는 문제이기도 하지만 분석하는 입장에서 김이 확 새고 시작하는 포인트다.

 

 2. 보완해야 할 점

 

1) Fancy한 기법보단 비즈니스

처음 입사하고 나선 파이썬, 머신러닝, 딥러닝, 캐글, 블록체인까지..(이건 솔직히 왜 했는지 모르겠다..) 정말 눈에 보이는 대로 배우기 위해 뛰어다녔다. 아무 생각 없이 한건 아니지만 그래도 마법같은 기법과 Fancy한 퍼포먼스들이 당장이라도 실무에 뿅!하고 적용할 수 있을것만 같았다. 그렇게 반 년즘 정신없이 배우고 실무를 익혀가면서 어렴풋이 알게 된 건 무엇을 보다는 왜가 중요한 것 같았다. 정말 많은 방법론들과 최신 기법들이 쏟아지고, 쉽게 접근도 가능하다. 하지만, 실무에 적용하는건 정말 완전히 다른 영역이다. 

 

 

결국 비즈니스다. 다양한 부서와의 협업, 예산의 압박, 실적, 매출로 이어지는 연결고리 속에선 아무런 설명, 이유없이 화려한, 최신 기법이 설 곳이 없다. 이 연결고리 속에선 데이터 분석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비즈니스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어야 하고, 그 니즈를 어떻게 풀어낼지 고민하는 시간이 훨씬 더 유용하다.

송근일님(- https://brunch.co.kr/@kmlaminjoksong/1-)의 말처럼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는 기술만 가지고 있으면 존재 가치가 떨어진다. 기술력을 제품, 제작 뿐 아니라 기획, 최적화, 의사결정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해 비즈니스 성과를 보여줘야 하기 때문이다. 

 

분석을 실행에 옮기기 위해서 현재 가장 필요한 것은 비즈니스 이해도를 높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비즈니스의 페인 포인트, 애매한 영역, 정량화 해야 할 부분을 캐치해 데이터를 통해 파고드는 방법이 필요하지 않을까. 차츰 성공 케이스를 늘려가면서 비즈니스 이슈를 해결하는 데이터 분석에 더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2) 새로운 데이터, 새로운 인사이트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를 해야한다. 그저그런 결과만 나오는 데이터 분석이라면 새로운 데이터를 찾아보고, 다른 측면으로 분석해보며 계속 시도해봐야 그나마 신선한 인사이트가 나온다. 다양한 실험을 작게나마 해보면서 다양한 데이터를 만져보고 결합해보며 새로운 시도를 진행해 봐야겠다. 

 

매일 보던 유통, 매출, 거래 테이블에 상권 데이터를 붙여보거나, 날씨 데이터, 유동 인구, 교통량 같은 데이터를 붙여보거며 개인적으로라도 실험하고 기록해보면서 여러 시도를 진행해 봐야겠다. 특히 데이터 3법 이후에 새로운 데이터 결합 사례와 마이데이터 산업의 활용 예들을 정리하고 기록하며 현재 실무에서 쓸 수 있는 부분이 어디에 있을지 고민해야겠다.

 

3. 나만 그런가?

 

쓰고 나니 꽤나 부정적인 인상 투성이다. 현재 회사의 문제점도 녹아있는 터라 데이터 분석가의 현실로 일반화할 순 없지만 보편적으로 시스템이 부재하거나 프로세스가 잡혀있지 않은 회사의 데이터 분석가 주니어들이라면 그래도 공감할 포인트가 있을거라 생각한다.(아니면 너무 슬프겠.. ㅠㅠ)

 

여러 문제들에 비해 보완해야할 부분이 다소 추상적이고, 약간의 다짐 비슷한 부분이라 아쉽다. 하지만, 솔직하게는 뚜렷한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 바꿀 수 있는 영역이 조직의 시스템, 프로세스가 아니라 개인의 마음가짐, 습관의 영역이기 때문이기도 하겠다. 일단은 만 2년의 짧은 경력과 경험, 배워가는 과정, 성장에 대한 의지로 마음을 달래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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