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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생각난 것들/어쩌다 데이터

어쩌다 데이터5 : 데이터 분석가로 취업한 문과생

by 일말고프로젝트 2021. 4. 12.

0. 들어가며

데이터 분석가로 일한 지 3년차에 접어들었다. 이 시점에서 내가 해왔던 경험 중에 이제 와서 보니 지금 데이터 분석 업무를 하는데 정말 도움이 된 경험이 무엇인지 짚어보려 한다.

 

사실, 데이터 분석가로 취업한 문과생으로서 문과생들을 위한 취뽀 경험 공유 혹은 취업 팁 같은 글을 써보고 싶었지만, 어딘가 내키지 않았다. 솔직하게 지금의 커리어를 어떠한 고민 끝에, 오래전부터 준비해오고, 생각했던대로 시작한 것은 아니었고, 정말 어쩌다 보니 데이터 분석가로 일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실 데이터 커리어의 세부 커리어들(데이터 엔지니어, 데이터 분석가,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등)도 취업 하고 알게 되었다. 게다가 내가 한 경험들이 정말 데이터 분석가가 되는데 유효한 경험들이었는지, 또 취업 시장에서 정말 어필된 스펙들이었는지 의문이 들었다. .

 

dailyheumsi.tistory.com/204

 

[취준생의 데이터 분야의 커리어 고민 2] 분석으로 취업은 힘들다

저번 글에 이어서 마저 써보려고 한다. 해온 걸 주루룩 적었었는데, 주로 데이터 사이언스나 분석에 대한 글들이었고 뭔가 모르게 회의적인 느낌의 뉘앙스였던 거 같다. 글을 쓰는 이 시점에서

dailyheumsi.tistory.com

(이런 분들의 글을 보면 정말 아무 생각없이 취준했구나 싶다..)

 

 

이 지경이다 보니 후배들이 취업 조언을 해달라고 할 때나, 어떤 스펙을 쌓아야 하는지 물어볼 때 마다 우물쭈물 할 때가 많았다. 스스로 내가 어떻게 분석가로 취업했는지 정말 설명할 수 있을까? 이런 질문을 스스로 던져보니 할 수 없을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렇게 하니 취업할 수 있었다!"보다는 "이제와 보니 이런 경험이 데이터 분석가로서 일하는데 도움이 되고 있다!" 정도의 조금은 수동적인 입장에서 글을 써보려 한다. 또한 아직 3년차 주니어 분석가의 시각이라는 점과 내 개인적인 경험 안에서 해석했다는 점을 감안해줬으면 한다.

 

1. 이제와 보니 도움이 되고 있는 경험

(1) 콘텐츠 제작

뜬금 없지만 제일 경험치를 많이 쌓았다고 생각한다.

데이터 분석 실무를 해보며, 혹은 지켜보며 정말(정말X1000) 중요하다고 느끼는 역량이 커뮤니케이션 역량이었다. 흔히 데이터 분석가 직무에 써놓는 말인 줄 알았던 그 문구들이 정말 중요했구나 싶다.  


"자신의 생각을 명확히 커뮤니케이션 가능한 분

뛰어난 커뮤니케이션 및 문제해결 능력을 보유한 분

숫자 기반의 논리적 추론 결과를 바탕으로 사업과 기술 측면에서 효과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분

분석 결과물을 적시에 간결한 언어로 전달할 수 있어야 합니다."

 

 

데이터 분석 업무에서 보자면 문제를 이해하고, 데이터의 언어로 바꿔 분석을 시작하고, 분석 결과를 관계자들이 이해 할 수 있는 언어로 바꿔서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역량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뿐만 아니라 분석가는 현업, IT 담당자, 데이터 엔지니어, 경영진 등과 각 당사자들과의 그들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소통해야 한다. 때문에 그 판에 맞는 언어로 상대방과 대화하는 역량이 중요하지 않나 싶다.

 

개인적으로 이런 경험을 원없이 해봤던 곳은 대학 방송국이었다. PD로 일하며 웹드라마부터 학교 홍보영상, 영화사 외주까지 나름 다양한 영상을 제작해보며 다양한 프로젝트를 경험했다. 이 과정에서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알게 모르게 향상됐다고 생각한다.

 

스튜디오 촬영은 양반이었지..

콘텐츠 제작은 커뮤니케이션 그 자체다. 작품과의 소통, 같이 일하는 사람들과의 소통, 대중과의 소통, 모든 것이 커뮤니케이션의 연속이다.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각 과정마다 관계자들을 이해시키는 것이 출발점이었다. 본인의 머릿속에만 있는 그림을 기획서에 글로 표현해내고, 출연진에게 감정으로 공감시키고, 촬영팀에게 장면으로 이해시키고, 편집팀과 시각적으로 구현해 내야 했다.

 

이 과정에서 핵심을 뽑아내 상대방이 이해할 수 있게 내용을 구성하고, 그들과 의사소통 할 수 있는 언어로 바꾸는 작업이 필요했다. 또한 다루는 콘텐츠의 영역이 바뀔 때마다 짧은 시간 안에 인터뷰를 통해 혹은 사전 조사를 통해 해당 영역의 포인트를 집어내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작업이 필요했다. 메이크업, 요가부터 블록체인, 개발, 디자인까지..

 

 

나름 이 혹독한(?) 트레이닝에서 커뮤니케이션의 나만의 노하우를 습득했던 것 같다. 현재 데이터 분석가로 일하면서 방송국과 판과 언어만 바뀐 것 같다는 생각을 자주하고 있으니 말이다.

 

(2) 통계학 전공

수학

통계학을 공부한 것 중 지금 제일 덕을 보고 있는 건 수학인 것 같다. 수학에 대한 친숙함 혹은 어느 정도의 이해도가 아닐까 싶다. 특히 머신러닝, 딥러닝 모델의 아키텍쳐를 공부할 때 꽤나 덕을 본것 같다. 딥러닝 스터디에 참여해 최신 논문을 읽고, 꽤나 어려운 수학 공식으로 설계된 아키텍쳐를 뜯어볼 용기가 나는 것도 전공 때 알게모르게 쌓인 수학에 대한 친밀도 때문이 아닐까? 물론 이해 하는건 다른 문제지만 이 덕분에 안쫄고 들여다 볼 수 있다.

 

논문을 읽고 발표자료를 만들때 마다 아키텍처 파트가 모두의 기피순위 1위였다.

 

애석한건..여러 통계 전공수업 때 배웠던 통계적 기법, 분석 방법 등의 방법론적인 수업들보다 통계수학, 미적분학, 선형대수 등의 조금더 원론적인 수업이 지금의 나에게 영양가가 높은 것 같다. 물론 아직 내가 레벨이 낮은 분석가이기 때문에 그런 분석 방법들을 접할 기회도, 써먹을 기회도 없었을 수도 있는데, 왠지 모르게 쓸 일이 없을 것만 같다..

 

프로그래밍

그 다음은 프로그래밍에 대한 친숙도라고 생각한다. 학부생 때 R, SAS 빼고는 써 본 적이 없다. 다행히 현재 회사가 이상하게도 SAS를 쓰고 있어서 어느정도 감사하게 써먹고 있지만, 파이썬은 정말 깔아본 적도 없다. 그래도, R로 여러 과제, 프로젝트(팀플)를 몇 번 하며 문법과 활용법을 익히고 나니 파이썬을 대할 때도 쫄지 않았던 것 같다. R과 문법이 비슷하다면 비슷하고 다르다면 다르지만, 개인적으로는 R과 어느정도 유사하다고 생각했고, 배우는 데 위화감이 없었다.

 

(3) 스타트업 경험

6개월 정도 스타트업에서 인턴(이지만 정규직의 업무를 한) 경험을 했었다. 당시 15명 남짓의 스타트업이었고, 소속된 콘텐츠 제작팀은 나 포함 2명이었다. 당시 팀 내에서 무언가를 한다 하면 넘치는 지원과 걸맞는 권한을 부여 받았다. 덕분에 꽤나 많은 시도를 해볼 수 있었다. 대학 방송국에서도 주구장창 만들던 영상이었지만, 여기선 "돈이 되는", 혹은 "사업을 할 만한" 콘텐츠를 기획하고 제작하고, 또 시도 해봐야 했다. 가설을 세우고 실험하고 반응을 확인해 검증해보는 경험을 해 볼 수 있었고, 실패와 성공을 번갈아 가며 나름의 경험치를 쌓았던 것 같다.

 

기획 찍어내는 공장이었다.. 20개 정도 쓰면 그 중 하나 해봤던 것 같다.

 

이런 경험치 덕분에 데이터 분석에서도 아직 한참 부족하지만 그래도 돈이 되는, 혹 할만한 데이터 분석 혹은 인사이트를 찾아 나설 수 있는 것 같다. 현업과의 헙업에서도 숫자에만 매몰되지 않고, 비즈니스적으로 소통하고, 문제를 정의하는 방법을 얼추 알아 듣고 있다. 아주 안타깝게도 실행까지 이어진 경험은 아직 부족하지만, 그 중요성을 알고 있고, 끊임없이 기회를 찾아갈 생각이다.

 

2. 정리하고 보니

저번에 정리했던 2021.02.11 - [그냥 생각난 것들/어쩌다 데이터] - 어쩌다 데이터2 : 커리어 고민(기획이 재밌지만 개발을 하고 싶다)  이 글에서 말했던 것처럼 기획 업무를 참 좋아했고, 많이 했구나 생각이 들었다. 기획업무가 주가 된 경험만 많다보니 어찌보면 제대로된 개발 경험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위 경험들이 주를 이뤘던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지금 코딩 공부하는데 죽어나가는 것 같기도 하고.. 언젠가는 맞딱드리게 될 일이었는데, 지금 마주친 것 같다.

 

앞으로 년차가 쌓이고 프로젝트 경험이 쌓이면서 또 어떤 변화가 있을지 꾸준히 써보면 재밌을 것 같다. 지금 공들이고 있는 개발 공부까지 경험치가 쌓이고, 실무에서도 좀더 굵직한 분석 업무를 경험하고 나면 또 다른 경험이 상위권으로 올라오지 않을까? 그러기 위해선,, 꾸준히 공부하고 또 좋은 기회를 찾아 나가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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