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보니 지난 4월부터 프로젝트 PM으로 일하고 있다.
유통 데이터를 기반으로 제조사의 대시보드를 구축하는 프로젝트였고 곧 프로젝트 마무리를 앞두고 있다.
갑자기 PM을 맡게 된 이유는 갑작스러운 사수의 퇴사였고, 프로젝트 시작과 동시에 퇴사를 하는 바람에 인력 충원 없이 부사수였던 내가 PM을 맡게 되었다. 어떻게 흘러간지 모를 4개월이 아까워서 겪었던 시행착오들을 조금이라도 남겨보려 한다.
1) 기획
(1) 대시보드 신규 레포트 기획
이 파트가 그나마 가장 흥미로웠다. 현업의 비즈니스 이슈를 듣고, 비즈니스적으로 확인해야할 지표가 무엇인지, 어떤 분석이 필요한 지, 또 어떤 형태로 전달해야 할지 기획하는 업무였다. 단지 비즈니스적인 니즈를 담는 레포트를 제작하는 것 뿐만 아니라 대시보드에 얹어질 수 있도록 계산 복잡도, 현재 보유하고 있는 데이터 현황, 데이터 배치 주기, 웹 화면까지 고려한 총체적인 기획이 필요했다. 무언가 대단한 기획을 한 것 같지만 사실 마케터, MSTR 개발자, 시스템 개발자, 웹 개발자의 의견을 조율해 한데 모으니 기획이 얼추 완성된 것 같다.
이 과정에서 개발자분들의 엄청난 '그건 불가능합니다' 디펜스를 뚫어내는게 얼마나 어려운지 체험할 수 있었다. 실제 옆에서 개발 파트까지 지켜보다보니 왜 불가능하다고 말했는지 알 것 같긴 하지만(결국 되는게 대부분이었다).. 정말 난처한 경험이었다. 해내야 하는데 안된다고만 하니 정말 죽을 노릇이었다. 이 부분에선 어떤 노하우가 생긴건 아니지만 약간
의 경험치가 쌓인 느낌이다.
2) 개발
(1) 커뮤니케이션
실제 개발에 착수하고 나서 대시보드를 개발하는 외주 프로젝트 개발팀과 회사 내 정보보호팀, 시스템 관리팀, 데이터 엔지니어팀과의 업무와 일정을 조율하는 업무가 많았다. 처음엔 개발환경 세팅하고, 필요한 권한 신청하고, 메일 주고 받고, 미팅 잡아주고, 파일 전달하는 업무 밖에 없었기 때문에 그다지 어려울 게 없었지만 역시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가장 고통스럽고 어려운 부분이었다. 일단 외주 프로젝트 분들은 사내 인프라나 시스템 상황, 개발 여건 등을 모르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문제를 들어보고 해결해 줄 수 있는 혹은 조언을 구할 분들을 찾아 나서야 했다. 개략적인 흐름 정도로 알고 있었던 개발 일련의 과정을 직접 부딪히며 지켜볼 수 있었고, 덕분에 강제로 파편화된 개발 지식이 쌓이기도 했다.
(2) 신규 리포트 로직 개발
기획한 레포트를 대시보드에 올리기 전에 엑셀로 프로토타입을 만들어 클라리언트에게 컨펌을 받아야 했다. SQL로 레포트에 들어갈 데이터를 추출할 수 있는 쿼리를 만들고 추출한 데이터로 대시보드를 구현해야 했다. 당연히 사수가 했을 일이지만 없었기 때문에 갑자기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이 과정에서 기술적 부채가 뭔지 확실하게 경험할 수 있었다. 그냥 이전 것, 구글링한 것 모조리 조합해 복붙해왔던 쿼리실력이 그대로 들통났고, 아주 기초적인 것부터 절절하게 부족함을 느낄 수 있었다.
(3) 개발 지원(검증)
개발한 대시보드 레포트 계산값과 프로토타입 레포트 계산값이 동일한 지 확인하는 정합성 검증 업무였다. 정리의 필요성을 절절하게 느낄 수 있었다. 레포트별 쿼리를 만들 때 버전관리는 고사하고, 파일 이름 아무렇게나 짓고, 마구잡이로 저장하다보니 필요한 파일을 찾아내기가 쉽지가 않았다. 쿼리도 주석 없이 마구잡이로 짜다보니 번번히 필요 할때마다 쿼리 전체를 다 돌려야 해 시간이 불필요하게 많이 소요 되었다.
3) 운영
(1) 아이템마스터 운영
거의 대부분 오류의 원인이자 가장 복잡하게 얽혀 시간을 많이 쏟았던 업무였다. 대시보드의 꽃은 아이템마스터 운영이라고 퇴사하신 사수분이 말씀 하셨었는데 진행하면서 정말 공감했다. 유통 데이터를 제조사 관점의 분류체계로 재분류하는 작업이 필요했는데 그 시작은 아이템마스터 구축부터였다. 단순히 일회성으로 하자면 엑셀로 내려받아 새로운 분류체계를 부여하고 이를 다시 업로드하면 그만이겠지만 매월 배치작업이 필요했고, 이 과정에서 생각지도 못한 문제가 끊임없이 발생했다.
단순히 코드를 잘못 입력한 휴먼에러부터 제조사에서 바코드를 잘못 부여한 문제까지도 결국 아이템마스터에서 터졌다. 또한 초기 아이템마스터 세팅시 고려하지 못한 점, 중복 바코드 문제, 데이터 배치 주기 문제 등 정말 모든 문제가 아이템 마스터로 흘러들어와 터졌다. 안타까운 점은 근본적인 문제 해결로 접근하지 못하고 오류가 발생했을 때마다 대응하는 형식으로 운영하다 보니 소모적인 일이 많았다.
(2) 데이터 분석
클라이언트들이 대시보드 데이터로 확인할 수 없는 데이터 값들을 직접 추출해 제공하는 업무였다. 4개월간 매주 평균 1개씩은 수행했다. 처음에는 월 단위 데이터를 시계열로 뽑아달라는 간단한 추출 업무였지만 점점 많은 조건의 데이터를 원했기 때문에 시간이 꽤나 소요되었다.
데이터만 전달하다 어느 순간부터 클라이언트측에서 이 데이터에 대한 나의 의견을 묻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어떤 음료 시장의 특정 지표값을 전달해주면 이 지표값을 어떻게 해석하겠냐, 혹은 다른 걸 보고 싶은데 어떤 지표를 봐야 하냐 이런식의 인사이트성 질문들이었다. 이 과정에서 단순 결제 데이터의 한계점을 꽤나 명확하게 느꼈다. 가지고 있는 데이터는 고객이 어디서 무엇을 얼마에 몇 개 샀는지에 대한 데이터지만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인사이트는 그 고객이 어떤 사람인지, 또 그 물건을 산 이유는 뭔지, 왜 소비가 줄었는지에 대한 정성적인 요청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4) 뭘 얻었나
어떤 데이터 분석 기법을 마스터했다든지 개발 지식이 확실히 쌓였다든지 이런 건 아니지만 확실히 꺠달은 건 하나 있다. 일을 진행하는데 합리의 영역도 중요하지만 비합리의 영역도 정말 중요했다. 거창했지만 결국 사람과 사람이 하는 일이니 사람간의 관계로 풀면 좋을 문제들, 관계로만 풀 수 있는 문제들, 곁들이면 좋은 문제들 등등 정말 중요하더라. 일을 하다보니 책임의 소재가 애매한 것들, 프로세스가 긴 것들, 마음만 먹으면 빨리 끝낼 수 있지만 하기엔 귀찮은 것들, 오류가 날 게 뻔한데 말해주면 내가 처리해야 할 것들 등등 정말 많은 문제들이 산재해 있었다. 이럴 떄 필요한 게 사람과 사람의 관계적인 노하우가 아닌가 싶었다.
처음엔 미숙하게도 문제 때마다 회의를 요청하고, 메일링하고, 전화하고, 달달 볶기만 했었다. 그러다보니 자꾸만 한 박자씩 늦게 대응하게 되기도 했고, 점점 협업하는 분들과의 관계도 불편해졌다. 나중에 시간이 지나고 친분이 생기고 사람 대 사람으로 만나서 이야기를 하다보니 그분들의 고충이나 일하는 방식, 성향 같은 것을 알게 되며 점점 문제를 대하는 방식도 조금은 여유로워질 수 있었고 방식도 다양해졌다. 결국엔 아무리 어려운 협업이라도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라는 점을 꽤나 임팩트 있게 배웠다.
'그냥 생각난 것들 > 어쩌다 데이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쩌다 데이터 10 : EDA를 하지 않은 데이터 분석의 문제점 (0) | 2022.01.24 |
---|---|
어쩌다 데이터 9 : 데이터 강의 후기 (0) | 2021.10.26 |
어쩌다 데이터7 : 데이터 분석 직군(신입) 면접관 후기 (0) | 2021.07.01 |
데이터 분석 실무 중에 마주친 문제들(220420) (3) | 2021.06.15 |
어쩌다 데이터6 : 취업 멘토링 후기 (0) | 2021.05.20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