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들어가며
지난 5월 이후로 부족하지만 데이터 커리어 강의를 여러 군데에서 진행했다. 처음엔 취업 멘토링 후기로 시작했지만 강의를 할수록 데이터 실무와 사설 교육기관의 괴리가 크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조금이나마 그 괴리를 줄이고자 나름대로 데이터 커리어에 대한 강의를 하게 되었다. 실무와 맞닿아 있으면서도 취업과 이직에 포커스를 둔 현실적인 도움을 주고 싶었다. 그렇게 여러 단체에서 열 번 정도 강의를 하고 나서 느낀 점을 적어보고자 한다. 몰아치듯 바쁜 시간이 지난 후 꽤나 지쳐 푹 쉬다 이제야 정리를 하게 되었다.
https://project-notwork.tistory.com/51
1. 무엇을 전달하고 싶었나
전달하고자 했던 가치를 한 문장으로 요약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데이터 커리어를 정확히 이해하고 커리어에 필요한 기술과 역량을 키우자"
(1) 어떻게 보다는 언제&왜
면접관으로서 혹은 취준생의 질문을 받으면서 가장 안타까웠던 부분은 다들 데이터 하면 파이썬, 머신러닝 같은 방법들들에만 열을 올린다는 점이었다. 어떤 데이터 역량이 있는지 물어봐도 파이썬으로 데이터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어떤 모델을 썼다는 '서사적' 경험이나 어떤 라이브러리를 써서 정확도가 얼마나 나왔는지에 대한 결과적인 경험이 대부분이었다. 물론 의미있는 경험이지만 매력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런 기술보다 더 필요한 것은 언제 이 툴을 사용하는지, 또 왜 사용하는지에 대해 고민한 흔적과 근거있는 기준이 더 매력적이다. 데이터 실무에서 가장 시간을 많이 할애하는 부분이 주어진 어젠다에서 스스로 질문을 만들고 그 질문에 근거를 붙여 답해가는 과정이다. 이 과정이 끝나면 사실상 어떤 툴을 쓸지, 또 어떤 분석 방법을 쓸지는 어느 정도 정해진다. 때문에 분석 툴, 기법을 해봤냐가 아니라 언제 쓰는지, 왜 쓰는지를 알아야 하는 것이다.
(2) 데이터 커리어
데이터 커리어의 이해 - 데이터 역량 이해 - 실무 이해 - 좋은 분석가란 무엇인가의 순서로 강의를 진행했고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데이터 커리어의 이해 부분이었다. 데이터 직무별 업무와 핵심 역량 등을 채용 공고에 맞춰 간략하게 소개했다. 원하는 커리어를 스스로 이해하고 이에 맞는 역량을 키우고 있는지 스스로 답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왜곡도가 심한 부분도 이 부분이었다. 무조건 데이터 사이언티스트에 맞춰져 있는 많은 외부 강의들 사이에서 거의 전부가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로만 취업을 준비하는 것처럼 머신러닝, 딥러닝 모델링 공부를 하고 있었다. 분명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할 문제였지만 적어도 방향성이 맞는지 점검은 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직군별로 어떤 업무를 하고, 그 업무를 위해서는 어떤 역량이 필요한지 설명했다.
2. 무엇이 부족했나
주고자 하는 가치는 명확했고, 나름 잘 전달했던 것 같다. 하지만 강의를 하다 보니 몇 가지 생각해 볼 부분이 생겼다.
(1) And Then..?
물고기를 잡아주지 않고 잡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것은 인기가 없다. 지인의 말을 빌리자면 공급자의 시각에서 가치있는 일이지 수요자의 시각에서 가치가 높지는 않다. 내 딴에는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 열을 내 알려주지만 정작 수요자에게는 어떤 깨달음, 인사이트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취업 혹은 이직 문제에서 중요한 결정은 스스로 해야 하는 상황이다.
핵심은 넥스트 스텝에 있다. 강의를 듣고 난 후 스스로 기준을 세워 선택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강의의 취지지만 이를 위해선 스스로 생각하는 방법과 명확한 자기 이해, 주도적인 결정력 등 꽤나 많은 것들이 수강생에게 내재 되어있어야 가능한 부분이지 않을까? 그렇지 않다면 그냥 좋은 교양 강의를 들은 것에 끝나버리는 게 아닐까 싶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강의는 많은 수요를 창출하지 못했다.
(2) 데이터 분석가 이외
강의를 하다보니 데이터 분석가의 실무와 역량에 너무 포커싱이 되어있었 던것 같다. 직무별 핵심 역량을 찾는 방법론의 예시로서 분석가 직무를 포커싱 하긴 했지만 실무 사례나 업무 스타일 등의 예시가 모두 분석가에만 치중된 것도 사실이다. 하는 업무 자체가 분석가의 업무만 집중되어 있어 나도 모르게 분석가로서의 역량과 실무 경험들을 꽤나 비중있게 다뤘다. 때문에 다른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나 엔지니어, 머신러닝 등의 역량에 대해서는 깊게 이야기하지 못하고 약간은 겉 핥기 식으로 끝나버리지 않았나 싶다. 사실 따로 공부해 어느정도 가닥은 잡아뒀지만 아직 경험치도 부족하고 실무 그 자체의 날것을 전달하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에 썩 내키지 않아 제대로 보충하지 못했다.
3. 앞으로는?
툴 강의를 할지 이런 인사이트 강의에 툴에 대한 개략적인 활용 방법 및 특징을 붙일지 고민하고 있다.
첫 번째, 툴 강의는 일단 어떤 툴을 가르칠만큼 잘 하지도 못할 뿐더러 너무 좋은 강의들이 무료로 많이 풀려있다. 이런 강의들을 두고 굳이 내가 알려줘야 할 필요가 있을까(하기 싫은 이유를 만든건가 그냥..)
두 번째, 어떤 툴을 가르쳐야 할지 사실 판단이 안선다. 내가 잘하는 것일지 아니면 인기있는 것일지, 필요할 것일지 감이 잘 안선다. 실제로 업무 중에 어떤 쓰임새로 쓰이는지 까지는 알려줄 수 있지만 방법론에 들어가면 아예 다른 이야기니까.
세 번째, 툴을 배우는 게 능사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썩 마음도 내키지 않는다. 이게 정말 공급자 마인드를 못벗어난건지 아니면 아직 내가 생각하는 가치를 좀더 밀어붙여 볼지는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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