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들어가며
현재 직장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 보고자 한다.
지루하고 반복적인 업무 속에 내가 정체 되어있는 건지, 이직을 해야 하는건지, 다시 마음을 잡고 회사를 열심히 다녀야 하는건 지 복잡하기만 해 차근차근 정리해보고자 한다. 훗날 또다른 이직을 시도할 때나 커리어에 있어 중요한 결정을 할 때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 자세히 적어볼 예정이다.
1. 뭐가 마음에 안드나?
1) 직무
현재 대시보드 기획/개발/운영을 담당하고 있다.
정확한 R&R 없이 한 사업을 혼자 1년 넘게 유지/보수하고 있다. 작년 바쁘게 PM으로서 개발을 끝내고 나니 루틴한 유지/보수 업무만 이어지고 있다. 실질적으로 하는 일은 SM에 가깝다. 이슈가 발생했을 때 대응 하는 것과 한 달에 한번 아이템 테이블 정비하는 업무만 있으니 사실상 뚜렷한 업무가 없다고 할 수 있다.
2021.09.02 - [그냥 생각난 것들/어쩌다 데이터] - 어쩌다 데이터8 : 뜻밖의 PM
담당한 대시보드라는 시스템의 한계 또한 뚜렷하다. 대시보드이 정형화 레포트를 바탕으로 데이터 분석도 해볼 수 있었지만 다소 Broad한 집계성 분석 위주였으며, 레포트 이외의 고도화된 분석을 적용해보고 싶어도 MSTR의 한계로 구현 불가 했던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다.
현재 외주라는 점도 동일한 아쉬움을 더한다. 'Action-적용'을 해 볼 수 없다. 아무리 좋은 인사이트를 찾아도 현업에 Impact를 주기란 불가능에 가깝고, 실제 현업의 의견을 들어볼 기회조차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저 현업 입장에서 어떤 분석을 많이 하는지, 어떤 인사이트를 찾고 싶은지 의뢰를 받아 도와주면서 현장의 니즈를 추측할 뿐이다.
2) 회사
(1) 데이터
주로 유통 오프라인 위주의 회원 결제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아주 많다. 정비가 잘 안돼 활용 못하는 데이터가 훨씬 많지만 이건 거의 모든 회사의 문제인 것 같으니 이 부분에서는 불만이 없다. 소비의 시작이자 끝인 결제 데이터를 분석하는 만큼 구매 행동을 분석하는 경험은 꽤나 흥미롭고 재밌었다.
(2) 인프라
입사할 떄는 꽤나 열악한 데이터 분석 환경이었지만, 조금씩 개선 되더니 이제는 웬만한 분석은 다 할 수 있는 수준이다. 그래서 이 부분에서는 불만이 없다.
(3) 동료
함께 데이터 분석에 대해 고민할 동료가 없다. 팀 내에서 분석가는 내가 유일하다. 부문 내에도 찾아보기 어렵다. 딱히 내가 성격이 내성적이거나 교류를 꺼려하진 않는데, 그냥 현재 내가 속한 부문이 데이터 분석가 자체가 적은 부문이기 때문인 것 같다. 이번에 사내 경진 대회에 나가면서 부문 내 기획자 분들과 협업해 볼 기회가 있어 새로운 경험을 해볼 순 있었지만 역시나 분석은 오롯이 나의 몫이라 꽤나 힘들고 지쳤던 것 같다. 사수까지는 아니어도 같이 분석에 관해 하소연하고 여러 시도를 해볼 동료가 있으면 좋겠다.
3) 산업
현재 회사는 멤버십 서비스 산업에 속한다. 자체 앱과 서비스가 있긴 하지만, 멤버십 특성상 제휴사 의존도가 매우 높기 때문에 주체적인 사업을 펼치긴 어렵다. 사업 이익 또한 제휴사의 매출을 따라갈 수 밖에 없다. 큰 비즈니스의 변화를 시도할 때나 새로운 서비스, 프로모션을 기획할 때에도 걸림돌이 많은 편이다. 현업과의 커뮤니케이션으로 풀 수 있고 실제로 풀어서 적용해본 경험도 있지만, 진행해 결과를 확인하기 까지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리고 또 결과에 따른 피드백을 반영해 다시 해보기에는 너무 무겁고 길다.
2. 뭘 하고 싶나?
1) 직무
데이터 분석 업무는 여전히 재밌다. 문제를 정의하고, 효과적인 방법론을 익혀과는 과정, 적절한 데이터 분석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 가는 과정 모두 여전히 재밌다. 하지만 특히 더 중점을 두고 싶은 부분은 문제를 해결하는 부분이다. 특징 지어보자면 데이터 분석을 액션으로 옮겨 실제 문제를 해결하는 분석을 해보고 싶다.
문제 정의하고 데이터 모으고, 분석하고 커뮤니케이션해서 빠르게 action해보고 결과를 보고 피드백에 따라 빠르게 대응해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분석을 해보고 싶다.
2) 회사
(1) 데이터
딱히 이런 데이터를 분석해보고 싶다는 것은 없다. 많으면 좋겠지만 없어도 필요한 데이터를 정의하고 모으는 과정도 재밌어서 상관없는듯 하다.
(2) 인프라
인프라는 최소한 현재 회사 정도로 유지 됐으면 좋겠다. 대단한 것을 바라는 것은 아니고, 데이터 분석 환경을 갖추느라 에너지를 빼앗기고 싶지 않을 뿐이다.
(3) 동료
정말 중요한 부분인 것 같다. 같이 고민할 수 있는 동료와 함께 일하고 싶다. 심하게 말하자면 쓸데없이 과몰입해서 끝까지 고민하고 시도해보면서 헛발짓하는 동료들과 같이 일 해보고 싶다. 쓸데없는 고민에도 공명 해주는 동료가 있다는 것이 정말 신나는 일이라는 것을 최근에야 알게 되었다. 뻔한 것 말고 재밌는 것, 임팩트 있는 것, 과감한 것에 끌려서 쓸데없어 보이는 시도도 해보고 같이 만들면서 깨져도 보고, 끝까지 하면서 결과를 보고야마는 재미를 함께 느낄 동료와 일하고 싶다.
(4) 산업
웬만하면 IT기업, 그 중에서도 자체 서비스가 있는 곳이면 좋겠다. 빠르게 실험해보고 결과를 보며 피드백할 수 있는 곳이면 될 것 같다.
3. 나가며
쓰다보니 뭔가 두루뭉술하게 불평했던 것, 그냥 막연하게 짜증났던 것, 어쩔수 없다고 생각해 견디려고 했던 것이 조금은 명확해 진 것 같다. 당연히 저 모든 기준을 바꿔줄만한 엄청난 기업이 딱하고 나타나 이 상황을 한 방에 해결해 줄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래도 중요한 기준을 바탕으로 바꿀수 있는 것과 중요한 것, 양보할 수 없는 것들을 나눠서 한 번 따져보는 건 필요한 것 같다.
쓰다보니 길어져 다음 편에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고 써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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